판례속보.추행 해당 여부 및 명예훼손의 공연성이 문제되는 사건[대법원 2020. 12. 10. 선고 중요판결]

추행 해당 여부 및 명예훼손의 공연성이 문제되는 사건[대법원 2020. 12. 10. 선고 중요판결]

 

2019도12282   군인등강제추행 등   (바)   파기환송
[추행 해당 여부 및 명예훼손의 공연성이 문제되는 사건]
 
◇1. 피고인이 피해자와만 있는 간부연구실에서 업무 대화 중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긴 행위’, ‘피고인의 다리로 피해자의 다리에 접촉한 행위’, ‘피고인의 팔로 피해자의 어깨에 접촉한 행위’를 한 사안에서 추행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음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이 타당한지 여부(소극), 2. 공개된 식당에서 부대 동료에게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적 발언을 한 경우 공연성 인정 여부(적극)◇

  1.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모습,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등 참조). 성적 자기결정 능력은 피해자의 나이, 성장과정, 환경 등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범행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입장과 관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참조).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4도52 판결 참조).

  2.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도 공연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적시된 사실을 실제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 것으로도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군인 등 강제추행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중대 간부연구실에 있는 소파에서, 군인인 피해자를 강제추행하기로 마음먹고 다리로 피해자의 양 다리를 겹쳐서 잡고,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 피고인 쪽으로 끌어당기고, 오른팔로 피해자의 목과 어깨를 감싸 안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것임

☞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긴 행위’, ‘피고인의 다리로 피해자의 다리에 접촉한 행위’, ‘피고인의 팔로 피해자의 어깨에 접촉한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① 피고인이 접촉한 신체 부분이 성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거나, ② 이 사건 이전에 피해자는 수차례 먼저 피고인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등의 신체접촉을 자연스럽게 하였다거나, ③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위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지만, 피해자가 느낀 감정이 불쾌함이나 불편함을 넘어 성적 수치심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무죄로 판단함

☞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피해자가 군대조직에서 일하는 여군으로서 공개된 장소에서 상관과 동료들에게 활달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피고인과 손을 잡는 등의 신체접촉을 하였다는 사정은 위와 같은 판단에 지장이 없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함  

☞  명예훼손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음식점에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피해자를 보며 A에게 “내가 새벽에 운동을 하고 나오면 헬스장 근처에 있는 모텔에서 피해자가 남자 친구와 나오는 것을 몇 번 봤다. 나를 봤는데 얼마나 창피했겠냐.”라고 말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임

☞  원심은, A의 진술이 일관되기는 하나 그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같은 발언을 하였더라도 명예훼손적 표현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함

☞  대법원은 원심에서 추가로 조사한 당시 음식점 안에 있었던 김정인의 증언을 고려하더라도 A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라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며, 피고인이 발언한 장소가 공개된 식당으로 발언 당시 김정인을 비롯한 손님들이 있었던 사정에 더하여 피고인과 A의 관계까지 비추어 보더라도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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